*퇴고 안함/카트제럴 전제/장편 연재/내킬 때마다 올라옴/판타지 AU/설정은 적으면서 생각나는대로 “비싸게 굴지 말고 나랑 놀자니까?”“왜 이러세요!” 뒷골목에서 유행하는 대사 넘버원을 창피한 기색도 없이 지껄이는 남자를, 여자는 몸을 떨면서도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남자는 여자의 반항적인 눈에서 눈물이 고이는 순간을 상상하며 얼굴가죽이 칠칠치 못하게 늘어날 뿐이었지만.그런 상상이나 하고 있으니까, 남자는 자신이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이때 물러났다면 좋았을거늘.남자가 양손을 벽에 짚고 그 사이에 가둔 여자에게 몸을 부비적대며 억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남자에게 있어서는 행복한 순간이 찾아올 예정이었던 1초 전, 여자에게 겨우 행운이 돌아왔다. “으허억!?” 남자의 얼굴이..
*퇴고 안함/카트제럴 전제/장편 연재/내킬 때마다 올라옴/판타지 AU/설정은 적으면서 생각나는대로 양피지에 붉은 태양이 지고 푸른 달이 차오른다. 새빨간 잉크는 마치 태양열에 못 이겨 재가 되어 사라지듯이 공중에서 흩어져 사라지고, 새파란 잉크가 물을 따르듯이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며 원의 형태를 이루었다.얼마 안가 작업을 끝낸 루시가 통행증을 돌돌 말아 카트리에게 건넸다. “의외로 간단하네요.”“마법 스크롤을 쓰는 것뿐이니까.” 내심 어떤 주문을 읊을지 기대했던 카트리는 김이 샜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이런 마법은 보안상 오로지 스크롤의 힘만을 빌린다. 카트리도 애초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용한 스크롤을 묶은 끈도 봉인구의 한 종류다. 비밀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면 외부인을 들여놓지도 않았을..
*퇴고 안함/카트제럴 전제/장편 연재/내킬 때마다 올라옴/판타지 AU/설정은 적으면서 생각나는대로 L국은 총 26개의 마을과 1개의 수도로 이루어져있다. 그중에서도 수도인 런던은 특별하다. L국의 어떤 마을이라는 부가적인 설명이 없다면 L국이라는 말은 런던을 뜻할 정도이니. L국이라는 국가명 자체가 런던의 이니셜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27개의 마을이 하나로 합쳐질 때 런던이 마을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정으로는 옆 나라 A국이 있다.A국의 수도 아스란트의 요리는 고풍스러운 맛이 있었지. 카트리는 거대한 외벽을 올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벌써 2시간째였다. 외벽이 쿠키로 보일 정도로는 시간이 경과했다. 카트리의 앞에서부터 뒤에까지 런던에 입국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입국심사를 거치기 위해 줄을 이..
*퇴고 없음/카트제럴 전제/장편 연재/내킬 때마다 올라옴/판타지 AU 0-2.외벽 너머로는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 건너편에서는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성 내부에서는 별난 마법사들이 연구를 진행하며 수상쩍은 주문을 외우는 한창일 테다.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높이 솟은 탑에 걸린 깃발이 바람에 너울거리는 모습이 보이겠지. 확인해보면 생각과는 다를지도 모르나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는 일은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기 때문이다. 직업상 주변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나 슬슬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넌덜머리가 나기 시작한 그녀는 보잘것없는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을 말끔한 부츠가 망설임 없이 밟고 지나갔다. 부츠 주인의 성격을 나타내듯 깔끔한 신..
*퇴고 없음/카트제럴 전제/장편 연재/내킬 때마다 올라옴/판타지 AU 0-1.넓적한 돌이 서너 번 물 위를 튀다가 수많은 조약돌 속에 섞여 들어갔다.조약돌은 그렇게나 작은데도 물의 흐름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 몇 번째일지 모를 돌을 집어던진 카트리가 바짓단을 걷어 올려 물속으로 들어갔다. 태양빛에 반사되어 투명하게 빛나는 강물. 물로 된 막에 둘러싸인 듯이 옹기종기 모인 돌들도 마찬가지로 보석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카트리는 그것들을 자근자근 밟아대며 의미도 없이 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돌았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 첨벙거리는 물소리, 물속에 흔들려 보이는 자신의 발과 눈부신 빛을 한가득 머금은 풍경. 멀리서는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작은 야생동물들이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카트리에게 있어 이 모든 건 결코..
처음에 가벼운 감기기운이 있었던 카트리는 못된 꼼수를 떠올리고 먹으려던 약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카트리는 훗날 회상한다. 그 찬장 문을 닫는 소리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소리가 아니었나 하고. 『안개 막을 뚫고 침투하는 약』 “제럴딘 씨, 저 감기 걸렸어요.”“그걸 왜 나한테 와서 보고를 해?”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면서도 카트리의 안색을 살피는 제럴딘의 모습에 카트리는 남몰래 미소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카트리에게 무른 구석이 있다.늦은 시각, 약을 먹지 않고 출근한 카트리는 간단한 의뢰를 마친 뒤 스코틀랜드 야드로 향했다. 적어도 카트리에게 있어 오늘의 런던은 커다란 사건사고가 없이 평화로웠다. 물론 그것은 드물게 들어온 의뢰가 적은 카트리에게나 해당하는 것이었고, 경찰서 내부는 여전히 모두가..